얼마전에 끝난 <노무사 노무진>을 보면서,
알 수 없는 울컥함이 자주 올라왔습니다.
극 중 주인공인 노무진은 부당한 현실에 처한 노동자의 편에 서서,
조용히, 하지만 단호하게 싸움을 이어가는 인물이에요.
그 사람, 현실에도 정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.
누군가의 말처럼, "당신 잘못 아닙니다"
"당신, 너무 오래 참았어요"
그 말 한마디가 간절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.
어떤 사람들은 말해요.
"대화 금지? 음료 마시지 말라는 게 그게 괴롭힘이 성립이되?"
"그 정도는 다 참고 일하지 않나?"
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아요.
사람이 ‘존재를 무시당하는 느낌’을 받기 시작하면,
그 직장이 지옥이 될 수 있어요.
핸드폰으로 해야할 일을 해도 혼나고,
점심시간에 카페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주의를 받고,
일하는 모든 시간동안 감시당하고
주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강제로 해야했고...
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인정받지 못하는.. 직장이라니..
그런데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요.
왜냐하면,
그 직장도 저에게는 생계를 유지하는 소중한 공간이었거든요.
그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도 같은 입장일거라 생각해요.
사람들은 그걸 모르죠.
“그렇게 힘들면 그만두지”라고 말하기는 쉬워요.
하지만 우리는 그 직장 하나를 붙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
얼마나 많은 밤을 울며 버텼는지…
그걸 모른 채, 너무 쉽게 말해요.
지금 저는 고용노동부에 진정 신고를했고,
명예훼손으로 고소 진술을 마쳤으며,
직장 내 괴롭힘, 불법 행위, 사직 강요에 대한
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소송도 진행 중입니다.
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오락가락합니다.
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?
이런 걸 가지고 싸워도 되는 걸까?
내가 이길 수 있을까?
그럴 때마다
드라마 속 노무진이 제 마음속에서 말해주는 것 같아요.
“지금 당신이 싸우는 건 단지 당신만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.”
“다음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, 당신이 막고 있는 거예요.”
저는 지금,
현실 속에서 저만의 노무진이 되어보려 합니다.
눈감지 않고, 모른 척하지 않고,
나 자신을 지켜보려 합니다.
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,
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…
“당신 잘못 아닙니다.
당신, 너무 오래 참았어요.”
드라마 속엔 노무사가 있었지만,
현실 속에는 우리밖에 없습니다.
그래도 괜찮아요.
우리가 서로에게 작은 노무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.